2025년 7월 30일, EU 집행위원회가 중소기업을 위한 자발적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Voluntary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 for SMEs, “VSME)에 관한 권고안(Recommendation)을 채택했습니다. VSME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위임법령(Delegated Act)이 아닌 권고 사항이지만, EU의 지속가능성 정책 전략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되던 ESG 공시 의무화가 중소기업에게는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해왔는데, VSME는 중소기업의 현실적 역량을 고려한 실용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VSME는 단순히 기존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을 축소한 ‘간소화 버전’이 아닙니다. 중소기업의 현실적 역량을 고려하면서도,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요구되는 핵심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실용적 솔루션으로 설계되었습니다.
1. VSME 채택 배경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uropean Financial Reporting Advisory Group, “EFRAG”)는 EU 지속가능성보고기준(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ESRS”) 중 대기업 대상 1st Set ESRS와 2nd Set ESRS의 구체적 기준으로 (i) 중소기업용 기준(VSME와 상장 중소기업용 기준(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 for Listed SMEs, “LSME”)), (ii) 산업별 기준(Sector-specific standards) 및 (iii) 비EU 기업용 기준(NESRS) 세가지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5년 2월 26일 발표된 Omnibus I은 EFRAG의 2nd Set ESRS 관련 계획을 대폭 변경시켰습니다. 산업별 기준을 제정하는 프로젝트는 중단되었고 비EU 기업용 기준은 이미 2024년에 2026년으로 2년 연기가 결정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CSRD 적용 범위를 직원 1,000명 이상 기업으로 대폭 축소하여 약 80%의 기업을 의무 보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러한 규제 환경의 변화 속에서 VSME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Omnibus I 시행 이후 CSRD 범위가 직원 1,000명 이상 기업으로 축소되면서 대부분의 상장 중소기업들도 의무 보고 대상에서 제외되어, LSME의 적용 범위가 급격히 축소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VSME가 사실상 모든 중소기업을 위한 핵심적인 지속가능성 보고 도구로 부상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Omnibus I 에서는 대기업들이 CSRD 보고서 작성을 위해 공급업체에게 요구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정보의 상한(가치사슬 상한, Value Chain Cap)을 설정함으로써, 중소기업들을 과도한 요구로부터 보호하면서도 표준화된 정보 제공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VSME입니다.
2. 향후 전망과 의미
VSME는 현재 권고(Recommendation) 수준이지만, EU 집행위원회가 Omnibus I의 일환으로 이를 위임법령(Delegated Act)으로 격상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최종 위임법령은 2026년에 채택될 예정이며, 현재는 실무 테스트와 이해관계자 협의 단계에 있습니다. 집행위원회는 “향후 자발적 보고 기준의 내용은 현재 VSME 권고안과 다를 수 있다”고 명시하여, 이 과정에서 수집된 피드백이 최종 위임법령 내용에 반영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Omnibus I의 최종 승인과 함께 ‘가치사슬 상한’이 법제화되면, VSME는 표준화된 보고 프레임워크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VSME가 EU이외 다른 지역의 중소기업들의 지속가능성 보고 접근 방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들이 ISSB 기준의 단계적 적용이나 지원 프로그램 확대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VSME와 같은 중소기업 전용 간소화 기준은 새로운 대안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VSME는 단순히 EU 역내 기준이 아닌, 글로벌 중소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의 선도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VSME의 성공 여부는 궁극적으로 시장의 수용성에 달려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실제로 VSME를 공급업체 정보 요청의 기준으로 채택하고, 금융기관들이 중소기업 대출 심사에 VSME 보고서를 활용하며, 중소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비로소 VSME 생태계가 완성될 수 있고 이러한 선순환 구조 구축을 위해 EU는 다양한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