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법무법인 산우 변호사 김현석 

일반 사람들이 보는 변호사라는 직업은 어떤 것일까? 최근 각종 드라마에 변호사의 직업적 삶이 소재로 활용되면서 필자는 이러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드라마에서 묘사하는 대로 밤새 기록 봉투에 파묻혀 기록을 검토하고, 검토한 기록을 바탕으로 논리적 서면을 작성하며, 법정에 출석하여 수려한 언변으로 의뢰인을 위해 구두변론을 하는 것, 이것이 변호사가 하는 일의 대부분일까?

필자는 수년간 형사 사건을 처리하면서 수사단계에서의 형사 변호사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수사단계에서의 사건 진행을 논리적으로 구분해 보자면, 첫째, 사실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단계, 둘째, 사실인정 시 법리적 판단단계, 셋째, 최종적으로 양형에 대한 판단단계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각 단계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사실인정에 대한 판단은 말 그대로 피의자가 범죄혐의가 있는 행위를 했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이 단계에서의 변호사는 마치 탐정과도 같다. 변호사는 피의자가 어떤 행위를 하였는지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에 대해 추측하며, 그러한 증거를 탄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법리적 판단은 전 단계에서 인정된 사실을 바탕으로 그 행위가 법리적으로 범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이 단계에서의 변호사는 마치 법학교수와도 같다. 변호사는 피의자의 행위가 왜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지 법리적으로 논증해 내야 한다.

 양형에 대한 판단은 피의자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에 대한 타당성 판단이다. 이 단계에서의 변호사는 마치 판사와 같다. 변호사는 피의자의 행위가 범죄행위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형벌이 내려지는 것이 부당하다는 점을 주장 및 설득해야 한다.

필자가 수행했었던 사건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의뢰인은 지역사회에서 명망있는 나이 지긋한 분이었다. 의뢰인이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도중 우연히 바닥에 떨어져 있는 가방을 줍게 되었고 그 안에 있었던 현금을 영득한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이었다. 의뢰인은 지역사회에서 본인의 명성에 누가 될까 극도로 조심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으며, 자신은 절대로 가방을 줍지 않았다고 억울해하던 상황이었다. 피의자 조사를 앞두고 법무법인 산우를 변호인으로 선임하였고, 필자는 피의자 조사에 대비하여 미팅을 하던 중 의뢰인이 절대 가방을 줍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굳게 믿었다. 

의뢰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은 간단히 종결될 수 있었다. 피의자가 가방을 줍지 않았다면 전술한 단계 중 1단계인 사실인정 단계에서 사건은 종결될 것이고 피의자는 조사에 임해서 자신은 절대로 가방을 줍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오면 그만이었다. 필자가 명탐정 코난과 같이 각종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관련 증거를 수집할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그러나 문제는 피의자 조사 도중 발생했다. 담당 수사관은 피의자 조사 중에 피의자 및 필자에게 cctv영상을 하나 보여주었는데, 그 안에는 피의자가 가방을 줍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위 수사단계 1단계에서 2단계로 진화된 순간이자, 필자의 역할이 명탐정 코난에서 나이 지긋한 법학 교수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필자는 머릿속에 학부시절 형법 교과서에서 배웠던 점유, 이탈, 횡령, 영득 등등 각종 법률개념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결국 검찰의 기소유예로 종결되었다. 필자는 피의자가 처벌받지 말아야 할 이유에 대해 검찰에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하였고 수사단계 중 3단계 최종 단계에서 검찰의 선처를 받아낸 것이다. 

이처럼 수사단계에서도 변호인의 역할은 단계별로 다양하게 나누어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계신 많은 변호사님들의 역할이 필자와 같을 수는 없다. 각 분야에서 모두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실 것으로 생각된다. 조만간 필자와 같은 형사 변호사의 삶과 고민도 영상화 될 것을 기대해 본다. 

학력
대원외국어고등학교 독일어과
고려대학교 법학과 학사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사

경력
대전지방법원 실무수습
법무법인 산우(유) 변호사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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